“우리는 여수 화재사건에서 외국인보호소 직원들이 잘못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가 그걸 밝혀내지 않고 덮어버릴 것 같다는 우려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 숟가락 밥 먹기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이, 젊은 나이게 억울하게 죽은 것이 마음 아픕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범 라우티/네팔 공동체)

11일 새벽에 발생한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참사 이후, 국내 거주하는 각국 이주노동자들도 하나 둘 자신들의 의견을 모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특히 여수 사건이 결코 희생된 이주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유족들만의 문제도 아닌, 20만 명에 달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함께 아파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한다.

이주노동자, 우리도 목소리 내고 싶다

지난 23일 낮 12시엔 이주노동자 공동체들과 이주노조가 프레스센터에서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 사건으로 돌아가신 분들은 한국 정부의 잘못된 이주노동자 정책의 피해자”라며 ‘용서를 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숨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사무국장은 중국과 스리랑카, 필리핀 등 이주노동자 공동체들로부터 연락이 와서 “우리들의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의견을 전달 받았다며, 기자회견을 갖게 된 경위에 대해 설명했다.

이 자리엔 이주노조를 비롯해 네팔 공동체(NCC), 버마행동(Burma Action), 필리핀 공동체(Kasammako), 방글라데시 공동체(BNS), 스리랑카 독립협회 등의 이주노동자들이 참여해 각 국의 언어로 입장을 발표했다. 중국동포노인회 참가 예정자는 고용주가 허락해주지 않아 시간을 내지 못했다.

이주노동자 공동체들은 “왜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야 할까요? 한국 사회는 왜 우리 꿈을 죽음으로 내몰았습니까?”라고 항의하며, “한국 정부는 한국 경제의 발전을 위해서 피땀 흘리는 사람들에게 예의를 지켜 주어야 합니다” 라고 요구했다.

그것은 화재 참사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대낮에 공개하고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며, 관련된 책임자를 “책임에 맞게 처벌”하는 것, 그리고 “여수사건의 생존자들을 전원 석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속과 강제추방은 너무 무서운 제도’

이주노동자들은 무엇보다 ‘인권’의 관점으로 이 사안을 바라보아 주길 요청했다.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은 “단속과 강제 추방은 당하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무서운 제도”라며, 이 사건을 둘러싸고 공포와 불안에 휩싸여 있는 수많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심경을 토로했다.

마크(필리핀 공동체)씨는 한국 정부가 이주노동자들을 “보호”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단속과정과 외국인보호소 이송 수감 과정에서 구타하고 뼈를 부러뜨리는 등의 폭행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러한 사실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다고 고발했다.

범 라우티(네팔 공동체)씨도 “우리는 체류와 인권침해, 단속, 그리고 체불임금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네팔노동자들은 한국의 정책이 잘못됐다고 이야기를 많이 한다. 한국의 이주정책이 인권의식 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 참여자들은 정부가 이주노동자가 일하는 기간을 3년으로 정해놓은 것의 부당성을 설명하며, “한국 정부는 이주노동자의 ‘일하는 기계’ 부분만 사고 싶겠지만, 사실은 살아있는 인간이 바다를 건너서 넘어 오는 것이다. 우리는 범죄자가 아니고 노동자다. 우리는 건전지가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여수 사건은 이처럼 한국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따라 “어느 새 범죄자가 되어버린 억울한 이주노동자에게 생긴 안타까운 일”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이주노조와 이주노동자 공동체들은, 여수 화재참사와 같은 비극을 예방하는 방법은 ‘단속 추방을 중단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체류를 보장’하는 것, 또한 “반인권적인 보호소를 폐지하고, 이주노동자를 정말로 보호”하는 것이라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