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이 불법체류자 2세 문제에 대해 심층 보도한 것을 관심있게 읽었다. 불법체류자 2세 문제는 그동안 우리 사회가 애써 외면해오고 있으나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한 기획물이었다고 생각된다.

－ 취학연령대 8천여명 방치 －

내가 일하고 있는 곳에는 불법체류자 2세들이 자주 드나든다. 엄마와 함께 한국에 왔다가 엄마가 단속에 적발돼 강제 출국되고 혼자 남은 18세의 몽골인 쏩따는 “발전한 한국의 훌륭한 것들을 배워 몽골에서 꼭 필요한 어른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말한다. 하지만 학교에 갈 형편이 못돼 공사판에서 일하며 돈을 벌어 엄마에게 보냈다. 최근에서야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중학교에 다니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005년 5월 현재 외국인근로자 중 취학 연령대 자녀(7세 이상 18세 이하)를 1만7천3백명으로 추정한다. 이중 외국인학교 재학생 7,800명을 제외하면 국내학교 유입가능 인원을 약 9,500명으로 본다. 그러나 현재 국내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은 1,500여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8,000명이 넘는 외국인 자녀들은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교육 받지 않고 사회의 그늘속에서 자라는 불법체류자 2세들이 나중에 우리 사회에 어떤 존재로 성장할 것인가. 이젠 다같이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이들 외국인 청소년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한국에 오게 된다. 그들은 학교나 주변에서 차별 받고, 언어의 어려움 때문에 압박감을 느낀다. 신분이 불법체류자라는 사실 때문에 언제나 불안하고 기죽어 살아야 한다. 때로는 불량청소년들에게 이용되기도 한다.

2005년 6월 유엔 국제이주기구(IMO)가 발표한 ‘국제 이주자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의 이민자 수는 1970년 8천2백만명에서 2000년 1억7천5백명으로, 2005년에는 1억9천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빈곤 국민들이 세계자본의 마구잡이식 개발에 따라 삶의 터전이 파괴되자 생존을 위해 다른 나라로 이주하는 게 한 원인이다. 이런 이주민 가족들은 새로운 정착지에서 문화적인 갈등과 가난, 인종차별 등으로 어려움에 처하게 되며 심지어 인신매매, 범죄, 성매매의 대상으로 전락해 가고 있다.

유엔은 1990년 12월18일 총회에서 ‘모든 이주 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을 채택한 바 있다. 이 협약에서는 기본적으로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가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인권임을 천명하고 있다.

국내 외국인 근로자들의 수는 2004년까지 40만명 내외이던 것이 정부의 강력한 불법체류자 단속과 자진출국 유도 그리고 국내 제조업의 불황 등으로 인해 2005년 말에는 약 35만명 내외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 중 불법체류자 수는 18만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 교육권보장 법령정비 시급 －

우리도 이제 외국인 노동자 문제와 함께 그들의 자녀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외국인 이주노동자 자녀들의 교육문제, 양육문제, 문화, 복지문제는 정부 각 부처가 따로 따로 할 수 없는 문제다. 우리도 독일 방식으로 통합적으로 정책을 세우고 집행해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 몇가지 제언을 하면, 우선 법무부는 부모의 신분이 합법이든 불법이든 국내 정주권과 교육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법령을 정비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불법체류자 2세를 위한 ‘종합문화 복지센터’를 지자체 차원에서 설립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행정자치부는 이 센터의 설립근거를 만들고, 교육부는 각종 교육과정과 교재를 만들어 지원하고, 보건복지부는 그들의 복지문제를 지원하는 형식이 되면 좋을 것이다.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다. 세계화란 국민 국가의 벽이 무너지고 세계가 통합되어 감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대를 맞이해 우리는 ‘지구촌 시민’이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하는 시대라는 새로운 자각을 갖고 불법체류자 2세를 우리의 삶 속에 통합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김준식/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