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지난 17일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가구단지에서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를 호송하던 출입국관리소 단속직원들과 이 마을 주민들이 9시간동안 대치하는 일이 벌어졌다. 단속소식을 듣고 몰려든 주민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풀어줄 것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왜 공무집행 방해로 처벌받을 것을 각오하면서까지 외국인 노동자들의 단속을 막은 것일까.

주민들이 단속을 막은 직접적인 이유는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당장 공장가동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것은 가구단지 전체의 생존권과도 연결된다. 공장을 운영하는 사업주를 제외한 이곳 주민 대부분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다. 음식점과 같은 상점을 운영하거나 숙소를 임대해 먹고산다. 외국인 노동자들과 사업주, 주민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공생관계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작은 의미의 경제공동체다.

업체별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 쓰고 있는 곳과 달리 마석가구단지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하나의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곳에 살고 있는 2000여명의 주민 중에 절반에 가까운 800여명이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그러나 언론이 보도한 것은 겉모습에 불과하다. 이곳에 사는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필리핀 베트남 노동자들은 각 나라별로 공동체를 이루고 있으며 명절과 같은 때 주민들을 불러 전통음식을 나눠먹기도 한다. 이 마을 사람들에게 이주노동자들은 단순히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주거나 다리가 아픈 마을 노인 분들을 모시고 다니는 이주노동자도 있다.

마석가구단지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고갑종(68)씨는 “단속 나왔을 때 마을사람들이 모두 나와 호송차량을 가로막았던 것은 10년 넘게 함께 터전을 잡고 살아온 이웃이 잡혀가는 것을 두고볼 수 없어서”라고 말했다. 몸이 불편하신 분들까지 나와서 차량 앞에 자리 펴고 드러누워 집에도 돌아가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에 출입국관리소에 붙잡혀갔다가 풀려난 이주노동자 무하마드 핫산(29·방글라데시)은 “호송차량을 막아준 사람들을 보면서 감동했다”며 “이제 고국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우리편이 되어준 공장주들과 마을사람들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그는 “마을 어른들이 ‘밥은 먹었냐’고 물어줄 때마다 코끝이 시렸다”고 말했다.

15년 동안 마석가구단지에서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살아온 ‘샬롬의 집’ 이정호 신부는 “정부가 이곳의 상황을 모른 채 막무가내로 단속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수급되는 인력은 턱없이 모자란 데도 정부가 불법체류자를 고용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 신부는 이곳의 불법체류자가 90%를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는 “이주노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정부에 이주노동자 정책을 제고해줄 것을 요구했다.

■ ‘이주노동자’와 ‘외국인노동자’의 차이

흔히들 외국인노동자라고 많이 이야기하지만 정식용어는 이주노동자(migrant workers)가 맞는 표현이다.

이주노동자는 UN에서도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로, 살던 근거지를 떠나서 노동을 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외국인노동자나 외국인근로자라는 용어에는 국적을 차별하는 배타적인 의미가 담겨있어 이주노동자 관련단체에서는 93년부터 잘 쓰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