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한 돌을 갓 넘긴 고용허가제에 대한 각계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8일 국제노동재단(이사장 박인상)이 개최한 '고용허가제 1년, 외국인력 정책 및 취업교육 평가와 개선방향 토론회’에 국내의 내로라 하는 외국인력정책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눈길을 끌었다.<사진>
이날 주제발표는 권혜자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원이, 토론자로는 김종각 한국노총 본부장, 박경서 외노협 상임대표, 황인철 경총 사회정책팀장, 박경태 성공회대 교수, 홍정우 노동부 외국인력정책 사무관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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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각, “외국인력 정책, 한국노동자 취업기회 제한해선 안돼”
먼저, 김종각 한국노총 본부장이 첫번째 토론자로 나섰다. 한국노총 본부장으로 부임하기 전 한국국제노동재단에서 운영하는 여주교육장에서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교육업무를 총괄한 바 있는 김 본부장은 “노동조합의 입장에서 외국인력 정책을 볼 때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고 토로했다. 국내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호해야 하는 노조간부의 입장에서 볼 때, 외국인력이 국내인력을 쫓아내는 상황은 곤란하다는 지적.
그는 “우리나라 노동자 중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저임노동자가 15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외국인력정책의 생산 및 집행에 있어 국내 인력수급현황 등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최근 노동부가 고용허가제 시행 사업주에 대한 ‘구인노력’을 기존 한달에서 일주일 이내로 축소한 것과 관련해 “이것은 지나칠 정도로 사업주의 편의를 봐준 것”이라며 “이러한 정책들로 인해 한국 노동자들의 구직기회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인철 “외국인력 정책 일원화 할 때 중기협도 넣고가자”
박경서 “외국인력 정책일원화는 인력 브로커와의 단절”
이어 고용주의 입장을 대표한 경총 황인철 사회정책팀장의 토론이 이어졌다. 황인철 팀장은 “외국인력 규모 및 기한의 증대”를 주장하며 앞서 토론한 김종각 본부장과는 시각차를 드러냈다.
황인철 팀장은 “우리나라 특유의 민족적 배타성과, 내국인의 근로조건을 위협한다는 시각이 외국인노동자를 활용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사업주의 입장에서 볼 때, 3년간 일 가르쳐 놓으면 고향으로 가야 하는 현재의 정책은 결국 사업장 이탈을 눈감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며 “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한 취업 범위가 확대돼야 하며, 3년으로 제한돼 있는 체류기한 또한 연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외국인력정책 일원화 계획에 대해 “일원화 하더라도 기존에 산연연수생제를 이끌어 오던 ‘중기협’ 등에 업무를 지속적으로 맡긴다면, 큰 문제없이 일원화가 가능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인력정책 일원화에 대한 황 팀장의 견해에 대해 박경서 외노협 상임대표는 “인력정책의 일원화는 시스템의 일원화이면서 산업연수제도로 만들어진 부정적 주변 환경과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라면서 “즉, 인력 수출국과 연계돼 있는 인력브로커 시스템의 참여 배제와 같은 것을 의미한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권혜자, “정주 노동자에 대한 전향적 정책 전환 시급”
한편 토론회에 앞서, 한국국제노동재단의 의뢰를 받아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진행한 ‘외국인력 정책 및 취업교육 평가와 개선방향’ 실태조사에 대한 결과발표도 진행됐다.
외국인력제도의 활용실태와 애로사항 등을 조사하기 위해 외국인노동자 383명 및 고용사업주 68명을 대상으로 지난 6월 실시된 설문결과에 따르면, 외국인력 고용상의 어려움에 대해서 사업주들은 가장 심각한 문제로 언어소통의 문제(77.9%)와 불량품의 생산(35.3%)을 지적했다. 또한, 외국인력 제도에서 개선되어야 할 사항으로는 ‘외국인 구인절차를 간소화함으로써 소요기간을 축소해야 한다’(39.7%)는 지적과 ‘한국어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29.4%)는 지적이 가장 높았다.
한편, 외국인노동자들이 느끼는 직장만족도는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 직장에 대해 48.5%가 만족스럽다고 응답했고, 불만스럽다는 응답은 12.7%에 그쳤다. 또한 한국에 와서 받은 2박3일간의 취업교육이 현재 생활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중인 응답자의 48.6% 이상이 매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답했고, 33.15%가 약간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권혜자 연구원은 “그간의 외국인력정책은 단순기능 외국인력 조달정책이었을 뿐, 이주노동정책으로 접근하지 않아서 장기 체류 미등록 노동자들의 인권을 외면하고 있다”며 “사실상 정주하고 있는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인터뷰> 토론 주제 발표 - 권혜자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원
“제한적인 사업장 이동의 자유는 보장돼야” |
- 이해 당사자들 간에 고용허가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도입 1년 점수를 매긴다면.
“아직 도입단계에 있는 제도에 대해 한마디로 평가를 내기는 어렵다. 보고서에도 언급됐지만, 고용허가제도에 대한 비판이 산업연수제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오도되기도 하고, 반대로 고용허가제도가 한국의 외국인 노동자들의 문제를 상당부분 개선했던 것처럼 과대포장 되기도 한다. 다만, ‘고용허가제’ 자체보다는 ‘외국인력정책’으로서의 실효성을 놓고 볼 때, 산업연수생제도와의 병행실시로 인한 부작용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 이주노동자, 고용주 모두 언어소통을 가장 큰 문제로 꼽고 있다. 해결책이 있겠나.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기 어렵다. 결국 교육이 강화돼야 하는데, 현지에서 진행되는 한국어 교육의 경우도 과도한 교육비용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현재 지자체나 민간단체들을 중심으로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한국어교육이 간간히 진행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 이번 조사발표에 송출비리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 현황은 어떤가.
“송출비용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가 어려운 상황이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외국인노동자의 경우, 산업연수제로 입국한 노동자들에 비해 외곽단체(이주노동자 지원단체)를 활용하는 비율이 지극히 낮다. 고용허가제 이후 노동자들의 사업장 이탈률이 낮아지면서, 자연적으로 단체의 문을 두드리는 횟수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노동자들의 단체 방문이 줄어들면서, 송출비리 현황에 대한 포착이 어렵다.”
- 노동자나 고용주들이 대체로 고용허가제에 만족하고 있으며, 특히 상당수 고용주가 사업장 이동에 유연한 자세를 보인 점이 주목된다. 이에 대해 연구소는 ‘사업장 이동의 제한적 자유 보장’을 제안하고 있는데.
“산업연수생제도에 이어 고용허가제도도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어, 시장의 임금결정 기능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제한적 허용을 통해 외국인력에 대한 임금수준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인권침해 부분도 상당부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전면 보장’이 아닌 ‘제한적 보장’을 제기하는 이유는, 노동시장 전체를 외국인노동자들에게 개방할 경우 국내 노동인력 수급정책에 상당한 혼란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 |
고용주들이 느끼는 고용허가제
고용허가제 지속 72%…업종 이직 찬성 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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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잘 안 통하는 외국인들을 고용해 길게는 3년간 같은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고용주들은 ‘고용허가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이날 토론회서 발표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고용허가제로 노동자를 고용한 경험이 있는 고용주의 72%가 “고용허가제를 지속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행 1년을 맞은 고용허가제에 대해 상당수 고용주가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 하겠다.
또한, 산업연수생제, 고용허가제, 노동허가제 가운데 어느 것을 지지하느냐는 조사에서도 고용허가제에 대한 지지율(73.5%)이 단연 높게 나타났다(산언연수생제 42.7%, 노동허가제 39.8%). 더불어 고용허가제와 연수생제의 발전방향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고용허가제도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46%로 가장 많았고, “연수생제도와 계속 병행해야 한다”는 응답은 24%로 나타났다.
그런가 하면, 고용허가제 도입 이전부터 독소조항으로 지적받아온 ‘사업장 이동의 자유’와 관련해, 상당수 고용주들이 유연한 사고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결과, “다른 업종으로 이직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데 38%의 사업주들이 찬성했고, “임금이 높은 사업장으로 이직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데에도 24%의 찬성률을 보였다.
한편, 고용주들은 △외국인 고용기간의 연장 △고용규모의 확대 △도입절차의 간소화 △출입국사무소의 행정편의주의와 고압적 자세 등을 개선해야할 지점으로 꼽았고, 특히 ‘도입절차부터 사후관리까지의 원스톱 서비스 제공의 필요성’을 주요하게 제기했다.
[레이버투데이 구은회 press7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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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12 11:31